현대인 대부분은 이렇게 말한다.
“요즘 왜 이렇게 기억력이 떨어지는 것 같지?”
특히 사람 이름, 약속 시간, 심지어 내가 방금 하려던 행동까지 잊어버리는 경우가 많아졌다. 단순히 나이 탓일까? 아니면 무언가가 우리의 뇌를 변화시키고 있는 걸까?
그 중심엔 다름 아닌 ‘스마트폰’이 있다.
디지털 기기가 우리의 일상을 더 편리하게 만들어준 건 분명하지만, 동시에 우리의 기억 체계를 바꾸고 있다.
디지털 기억력(Digital Amnesia)이란?
뇌 대신 스마트폰이 기억하는 시대
디지털 아므네시아(Digital Amnesia)란, 우리가 외부 기기에 기억을 맡긴 채, 뇌는 더 이상 그 정보를 저장하려 하지 않는 현상을 뜻한다.
예전엔 전화번호를 외우거나, 친구의 생일을 기억하는 게 당연했지만, 지금은 스마트폰 주소록이나 캘린더 앱에 의존한다.
실제로 연구에 따르면, 10명 중 9명이 중요한 정보를 디지털 기기에 저장하고, 그걸 ‘내가 기억하고 있다’고 착각한다고 한다.
편리함 뒤에 숨은 기억의 퇴화
스마트폰은 우리에게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 삶’을 제공한다.
지도 앱이 길을 안내하고, 알람 앱이 해야 할 일을 알려준다.
하지만 뇌는 자주 사용하지 않으면 기능이 저하되는 장기다.
필요한 정보를 직접 기억하는 활동을 하지 않으면, 뇌의 ‘작업 기억(working memory)’과 ‘장기 기억(long-term memory)’ 능력이 점점 약화된다.
우리는 왜 기억하려 하지 않을까?
인지적 게으름(Cognitive Offloading)
심리학에서는 이런 현상을 ‘인지적 외주화(Cognitive Offloading)’라고 부른다.
정보를 외부 장치에 저장하고, 뇌는 이를 직접 기억하려 하지 않는 습관이다.
이 습관이 반복되면, 뇌는 특정 정보를 굳이 저장하지 않아도 된다고 판단하고, 기억 형성 자체를 줄인다.
예를 들어, 누군가에게 약속 시간을 들었을 때 “나중에 적어야지”라고만 생각하고 적지 않는다면, 우리 뇌는 그 정보를 ‘단기 메모’조차 하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금세 잊어버리게 되는 것이다.
디지털 기억력 퇴화를 막는 방법은?
1. 의식적으로 ‘기억하기’ 훈련하기
작은 것부터 직접 외워보자.
예: 오늘의 할 일 3가지, 이번 주의 약속 시간, 자주 가는 사람의 연락처 등.
작은 기억 훈련이 뇌에 자극을 준다.
2. 메모는 ‘종이’에 하는 습관 들이기
종이에 직접 쓰는 메모는 정보를 뇌에 다시 저장하는 강화 과정을 돕는다.
디지털 입력은 단순 복사이지만, 손으로 쓰는 행위는 ‘의식적인 인지 활동’이기 때문에 기억에 훨씬 효과적이다.
3. 집중력 높이기: 멀티태스킹 줄이기
여러 가지를 동시에 하는 멀티태스킹은 **기억 인코딩(저장 과정)**을 방해한다.
한 가지 정보에 집중하는 습관을 들이면 기억력 회복에 큰 도움이 된다.
마무리하며
기억력 저하는 단순히 ‘늙어서’가 아니다.
우리는 기억하지 않는 습관을 반복하며, 뇌에게 “기억할 필요 없어”라고 말하고 있는 셈이다.
디지털 기기의 편리함을 활용하되, 우리 뇌가 가진 ‘기억하는 능력’을 의식적으로 다시 훈련해야 할 때다.
기억은 인간만의 고유한 능력이며,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넘긴 그 순간들이 결국 삶의 조각이 된다.
그 조각들이 쌓여 삶이 된다면, 기억력은 곧 ‘삶을 풍성하게 만드는 기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