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왜 이렇게 시간이 빨리 가는 것 같지?”
살면서 이런 말을 한 번쯤은 해본 적 있을 것이다. 어릴 적엔 하루가 길게만 느껴졌는데, 성인이 되고 나서부턴 한 달이 순식간에 지나간다. 도대체 우리는 왜 시간이 ‘짧게’ 느껴진다고 느낄까? 이 현상은 단순한 기분 탓이 아니라, 실제로 우리 뇌가 인식하는 ‘시간’이 변화하기 때문이다. 심리학과 뇌과학에서는 이 현상을 ’시간지각(time perception)’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뇌는 시간을 ‘느끼는’ 방식으로 인식한다
우리는 시계처럼 시간을 정확히 계산하는 것이 아니라, 사건과 정보의 밀도를 기준으로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를 추정한다. 다시 말해, 새롭고 낯선 경험이 많을수록 뇌는 “시간이 오래 흘렀다”고 느끼고, 반복적이고 익숙한 일상이 이어질수록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갔다”고 판단한다.
이것이 바로 어릴 적 시간이 길게 느껴졌던 이유다. 새로운 것들로 가득 찬 성장기의 뇌는 모든 정보를 기록하느라 시간 흐름이 느리게 느껴졌던 것이다. 반대로 성인이 되어 매일 비슷한 루틴을 반복하게 되면 뇌는 정보를 효율적으로 처리하려는 방향으로 작동하고, 그렇게 되면 기억되는 정보의 양이 줄어들어 시간이 짧게 지나간 것처럼 체감하게 된다.
‘지루할 땐 시간이 느리게 간다’는 말은 왜 성립할까?
아이러니하게도, 실시간 경험에서는 반대 현상도 나타난다.
예를 들어, 지루한 회의나 강의 시간엔 시간이 더디게 느껴지고, 좋아하는 일을 할 땐 시간이 금방 지나간다. 이는 주의 집중과 감정 상태가 ‘현재 시간’을 어떻게 체감하는지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지루하거나 고통스러운 순간에는 우리가 시계나 시간 자체에 더 집중하기 때문에 분 단위로 느려지고, 반대로 몰입 상태일 땐 시간 흐름을 의식하지 않아 ‘순식간’처럼 느껴진다.
뇌는 ‘시간’을 왜곡해서 기억한다
흥미로운 사실은, 우리가 어떤 경험을 회상할 때조차 실제보다 더 길거나 짧게 기억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해외여행을 갔다 온 지는 일주일밖에 안 됐지만 마치 한 달쯤 된 것처럼 느껴질 수 있다. 이건 여행 중 낯선 자극과 새로운 경험이 많았기 때문에 기억 속 정보량이 많아서 그렇게 느껴지는 것이다. 반대로, 일상적인 주말을 집에서 보냈다면 실제 시간은 똑같아도 ‘그냥 금방 지나갔다’는 느낌이 든다.
시간을 풍요롭게 느끼는 방법은?
시간지각의 원리를 안다면, 오히려 의도적으로 ‘시간을 느리게’ 만들 수 있다.
그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일상 속에 ‘새로운 것’을 일부러 집어넣는 것이다.
- 처음 가보는 길로 산책하기
- 가보지 않았던 카페 방문
- 새로운 언어 배우기
- 한 번도 읽어보지 않은 장르의 책 읽기
이처럼 뇌에 새로운 자극을 주는 경험은 기억의 밀도를 높이고, 결과적으로 하루를 더 길고 풍요롭게 느끼게 만든다. 중요한 건 그 자극의 ‘크기’가 아니라 ‘신선도’다. 아주 사소한 변화도 뇌에는 충분히 새롭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
마무리하며
시간은 물리적으로 누구에게나 똑같이 흘러가지만, 그 시간을 ‘어떻게 느끼느냐’는 전적으로 우리의 뇌와 마음의 작용이다. 똑같이 주어진 하루라도 어떤 이는 길게, 어떤 이는 짧게 체감한다. 결국 시간의 진짜 가치는, 그 흐름 속에 내가 얼마나 ‘의식적’으로 살아가느냐에 달려 있다.